"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인터넷 창을 열고 있어요."
"메일 쓰다 딴생각이 들어서 결국 다 지웠어요."
"회의 시간만 되면 계속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아요."
오늘도 SNS와 커뮤니티에는 이런 고백들이 넘쳐난다. 흔한 이야기지만, 어쩐지 모두가 남몰래 공감하는 비밀 같기도 하다.
'산만함'이라는 이 단어가 이제는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수많은 직장인의 일상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이름으로 병원을 찾거나 치료를 고민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문득 이런 의문을 던진다.
'내가 이상한 걸까?'
'왜 이렇게 집중이 안 되지?'
그러다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중 하나로 꼽히는 그다.
다빈치는 진짜 ADHD였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ADHD였다는 이야기는 현대에 들어 심리학자들과 정신의학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된 분석 중 하나다.
물론 그 시절엔 ADHD라는 용어도 개념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다빈치의 생애와 습관, 작업 방식, 기록을 살펴보면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다빈치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수십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시작했지만, 완성한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모나리자>도 무려 16년 가까이 완성되지 못한 채 그의 손에 남아 있었고, <최후의 만찬>은 그린 직후부터 빠르게 훼손되었다.
노트에 남긴 수천 페이지의 스케치와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계획”으로만 존재하고 끝내 현실이 되지 못했다.
그는 한 가지 주제에 깊게 몰입하기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새로운 것, 떠오르는 질문, 호기심을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는 사고의 유랑자였다.
요즘 말로 하면 ‘딴생각의 제왕’, 혹은 ‘집중력의 파편화’를 몸소 살아낸 천재였다.
집중하지 못해서 만들어진 위대한 것들
하지만 이 파편화된 집중력, 이른바 ‘산만함’ 덕분에 우리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융합의 결과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다빈치는 예술가이면서 과학자였고, 해부학자이면서 발명가였으며, 철학자이면서 식물학자였다.
그는 한 가지에만 몰두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부도를 그리면서 근육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었고,
새의 날개를 연구하면서 하늘을 나는 기계를 설계했으며, 수학적 원리를 탐구하다가 ‘황금비율’이라는 개념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주요 업적 한눈에 보기
| 분야 | 주요 업적 및 설명 |
| 회화 | 모나리자 – 표정 묘사의 정수, 르네상스 회화의 상징 최후의 만찬 – 원근법과 구성미의 정점 |
| 해부학 | 시신 해부를 통해 근육·장기 구조 탐구, 의학과 예술의 융합 |
| 기계공학 | 헬리콥터, 낙하산, 기어장치 설계 – 현대 항공공학의 원형 |
| 수력학 | 운하 설계, 양수 장치 발명 – 도시계획과 수자원 관리에 기여 |
| 자연과학 | 나뭇잎 배열·나선형 성장 분석 – 자연의 수학적 원리 연구 |
| 건축 | 성당 설계와 도시계획 – 르네상스 건축 이념 실현 시도 |
| 수학·비례학 |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황금비율 탐구 – 인간과 우주의 질서 연결 |
만약 그가, 딱 한 가지에만 집중했다면?
그러나 이쯤에서 상상해보자.
만약 그가 요즘처럼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며, '산만함'을 억제하고 '집중'만 하도록 훈련을 받았다면?
한 가지 분야에서 누구보다도 깊이 있는 업적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그는 수학자로 남았을지도, 해부학계의 혁명을 이끈 의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클지도 모른다.
다빈치의 가장 위대한 유산은 단 하나의 업적이 아니라, 경계를 넘는 상상력과 그것을 연결짓는 호기심이었으니까.
오늘을 살아가는 ‘어른 아이’들에게
오늘도 많은 직장인이 스스로를 탓하며 살아간다. "왜 난 이토록 산만할까?" 인터넷과 메모장, 유튜브와 엑셀 사이를 오가는 잡생각의 회로 속에서 자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산만함은, 당신 안에 숨어있는 작은 다빈치일지도 모른다.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이 언제나 더 나은 것은 아니다. 가끔 우리는 집중하지 못한 덕분에 남들이 보지 못한 세계를 발견하고, 전혀 다른 영역을 연결하며, 누구도 상상 못한 가능성을 창조한다.
이 모든 가능성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된다.
"나는 왜 이걸 시작했지?"
"이것과 저것은 어떤 관계일까?"
"이걸 꼭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다빈치가 평생을 걸쳐 던졌던 이 작은 질문들이 모여,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천재가 탄생했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던지는 사소한 질문 하나도 결국 어딘가에서 놀라운 연결과 창조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