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저녁, 아이가 뜬금없이 물었습니다.
"아빠(엄마), electric이랑 electronic은 뭐가 달라?"
순간,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전기? 전자? 머릿속엔 분명히 그 차이가 존재한다고는 생각했는데, 막상 설명하려니 답답함만 밀려왔죠.
이런 경험, 다들 한 번쯤 겪지 않으셨나요? 분명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명확히 설명해줘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토록 오랫동안 electric과 electronic을 헷갈렸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른들은 전기와 전자의 차이를 잘 모른다"
사실, 일상에서 전기와 전자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어색하게 웃으며, "그냥 비슷한 거 아냐?"라고 대충 얼버무리기 마련이죠.
가끔 아이들의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당황합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사실은 잘 몰랐던 거죠. 그 순간, 우리는 평소 '전기'와 '전자'를 같은 의미로 뭉뚱그려 써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더욱 부끄러운 건, 이 두 단어가 영어에서는 어떤 성격의 단어인지조차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Electric과 Electronic, 둘 다 명사 앞에 붙어서 그 물건의 성질을 설명해주는 형용사라는 기본적인 사실도 말이죠.
영어 단어의 역사 속에 숨겨진 비밀
Electric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호박(elektron)을 문지르면 다른 물질을 끌어당기는 신비한 힘이 생긴다는 것을 발견한 데서 시작되었죠. 그래서 Electric은 '전기 그 자체의 힘'을 의미합니다.
반면 Electronic은 Electric에 '-onic'이라는 접미사가 붙은 비교적 최근의 단어입니다. 마치 할아버지 격인 Electric에서 파생된 손자뻘 되는 단어인 셈이죠. 그래서 Electronic은 '전기를 이용한 더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Electric은 '전기의 힘', Electronic은 '전기의 생각'
아이에게 이 두 개념을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간단히 말하면, Electric은 '전기가 바로 힘이나 에너지로 바뀌는 것'입니다. 전기포트는 Electric kettle이죠. 전기가 열이 되어 물을 끓이니까요. 전기자동차 역시 Electric car입니다. 전기가 모터를 돌려 차를 움직이게 만듭니다. 전구나 히터도 모두 Electric입니다. 즉, 전기를 직접 힘이나 빛, 열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죠.
반면 Electronic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입니다. 여기서 전기는 단순히 힘이나 에너지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를 처리하거나 계산하고 명령을 수행하는 '전자 회로'를 통해 사용됩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Electronic device죠. TV나 전자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우편인 Email도 Electronic mail의 줄임말이고, 전자상거래인 E-commerce도 Electronic commerce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들은 모두 작은 두뇌처럼 작동하는 전자 회로 덕분에 복잡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Electric은 '전기의 근육'이고, Electronic은 '전기의 두뇌'인 셈입니다.
집 안에서 찾아보는 두 세계의 차이
아이와 함께 집 안을 둘러보세요. 전기밥솥은 쌀을 익히는 단순한 일을 하니까 Electric rice cooker입니다. 드라이어는 바람을 만드니까 Electric hair dryer죠. 하지만 전자레인지는 시간을 계산하고 자동 요리 프로그램을 실행하니까 Electronic microwave입니다. 에어컨 리모컨은 신호를 전송하니까 Electronic remote control이고요.
때로는 하나의 제품이 두 특성을 모두 가지기도 합니다. 세탁기는 모터로 드럼을 돌리는 Electric 기능과 동시에, 세탁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시간을 제어하는 Electronic 기능을 모두 갖고 있죠. 이럴 때는 아이에게 "둘 다야!"라고 당당히 말해주면 됩니다.
아이의 질문이 우리를 더 현명하게 만든다
이 차이를 깨닫고 나면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우리는 사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지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영어 단어들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려는 호기심을 잃어버렸던 건 아닐까요?
아이들의 순수한 질문은 우리가 잃어버린 그 호기심을 다시 깨워줍니다. 별생각 없이 넘어갔던 일상이 다시 명확해지고,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이기도 하죠. 영어 단어 하나하나에도 역사와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마치며: 이제 아이에게 당당히 설명하세요
그러니 아이가 다음번에 다시 물어온다면 이렇게 설명해주세요.
"Electric과 Electronic은 둘 다
영어에서 어떤 물건을 설명해주는 형용사야.
Electric은 오래된 할아버지 단어이고,
Electronic은 거기서 나온 손자 단어지.
Electric은 전기가 바로 힘이나 에너지가 되어
움직이거나 따뜻하게 만드는 거야.
Electronic은 전기가 두뇌처럼 생각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는 거고."
이렇게 설명하는 순간, 아이는 "아하!" 하고 작은 깨달음을 얻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조금 더 현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언어와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더 풍성한 이해를 얻게 되니까요.
아이들의 질문에 당당하게 답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으신가요? 어쩌면 그 질문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성장하고, 삶을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은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줄 준비가 되었나요?
아이가 다시 묻습니다. "아빠(엄마), electric이랑 electronic은 뭐가 달라?"
이제는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말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