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왜 내비게이션은 내가 고가도로 위에 있는데 자꾸 아래에 있다고 할까?

by 냉정한망치 2025. 6. 18.
반응형

고가도로 위에서 내비게이션이 잘 못 안내해서 당황하는 운전자의 모습


“분명히 고가도로 위인데,
왜 내비게이션은
자꾸 아래 도로라고 우기지?”

 

한때는 대부분의 내비게이션이 이랬고, 지금도 일부 기기에서는 여전히 이런 일이 벌어진다. 특히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매립형 내비게이션에서는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다. 실제로 내가 운전하던 차량의 내비게이션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나 낡고 둔한 모습으로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명백히 위쪽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도 신호등과 카메라 알림은 자꾸만 지상도로에서 울려댄다. 그러다 보니 운전자는 아래 도로의 카메라나 속도 제한 알림에 신경이 쓰이게 되고, 급기야 방향까지 헷갈릴 때도 많았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른 궁금증이 있다. “GPS는 우주에서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는 시스템일 텐데, 왜 위아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까?” 오늘은 이 흔한 의문을 다루어 보려고 한다.


GPS가 보는 세상은 평면이다

GPS가 제공하는 위치 정보는 하늘 위 위성에서 내려다보는 평면적 정보일 뿐이다. 마치 높은 하늘에서 촬영한 항공사진처럼, 지상에서의 위치는 위도와 경도로 나타나는 점 하나로 표현된다. 문제는 같은 위치에 여러 층으로 도로가 겹쳐 있으면 GPS는 이것을 층층이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GPS가 제공하는 고도 정보는 오차 범위가 매우 크다. 위성의 위치, 전파의 반사, 지형의 기복 등으로 인해 몇 미터에서 많게는 수십 미터까지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GPS 신호만으로는 운전자가 고가도로 위에 있는지 지상에 있는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게 불가능하다.

gps와 도로와 마커 아이콘

예전 내비게이션은 층 구분을 왜 못 했을까?

일부 사람들은 "도로의 정보를 보내는 API에서 지하는 0, 지상은 1, 고가도로는 2 같은 데이터를 주면 예전 내비게이션도 충분히 층을 구분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데이터를 받는 것보다도, 받은 데이터를 차량의 실제 위치와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GPS가 층을 구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데이터만으로 도로를 판단하면 차량의 실제 이동 방향이나 높낮이 변화와 무관하게 엉뚱한 층을 표시할 위험이 크다. 예전 내비게이션은 센서나 알고리즘의 부재로 인해, 받은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차량의 움직임과 일치시키는 정밀한 판단력이 부족했다.

GPS 고도(층)을 표현하는 일러스트

최근 내비게이션은 어떻게 똑똑해졌나?

예전 내비게이션은 단순했다. 단지 GPS가 알려주는 위치와 지도상에서 가장 가까운 도로를 연결해버렸다. 그래서 고가도로 위에서도 지상도로에 차량 위치가 표시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내비게이션은 훨씬 영리해졌다. 첫째, 이제는 3차원 지도 데이터가 제공된다. 고가도로, 지상도로, 지하차도와 같은 층 정보를 통해 차량의 실제 위치를 좀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둘째, 차량 내부의 가속도, 자이로, 바퀴 회전 같은 센서들이 탑재되어 차량이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오가는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보들은 GPS의 불확실성을 보완하여, 지금 차량이 어느 층의 도로를 달리고 있는지 판단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마치며: 내비게이션의 ‘생각’

최신 내비게이션은 이 모든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말 그대로 생각을 한다. 여러 층이 겹친 도로에서 차량의 속도, 방향, 고저차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가장 그럴듯한 도로를 골라낸다. 이는 마치 숙련된 탐정이 여러 단서를 모아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추리해내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렇게 다층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덕분에, 내비게이션은 과거와 달리 상당히 정확한 위치 판단을 해내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내비게이션이 헷갈려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가끔 업데이트되지 않은 내비를 쓸 때면, 이 기술 발전의 놀라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다음 번에 고가도로를 지나면서 내비게이션이 정확히 위치를 알려줄 때, 그 뒤에서 이루어지는 놀라운 기술적 고민과 노력을 한 번쯤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