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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리튬은 배터리 만들 때 쓰는 거 아니야? 어떻게 리튬이 치매(알츠하이머) 치료를 한다는 거지?

by 냉정한망치 2026.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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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과 치매 치료 포스팅 썸네일 일러스트


리튬이라고 하면 대부분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혹은 화학 시간에 배웠던 금속 원소. 그래서 "리튬으로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반사적으로 고개가 갸웃해진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금속이, 인간의 기억과 사고를 갉아먹는 병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걸까. 그런데 최근 이 '엉뚱한 조합'이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저널에 실리면서, 치매 연구판이 꽤 크게 흔들리고 있다.


뇌 속에는 원래 '아주 소량의 리튬'이 있었다

중요한 사실부터 짚고 가야 한다. 리튬은 외부에서 억지로 넣어야만 존재하는 물질이 아니다. 정상적인 사람의 뇌에는 극미량의 리튬 이온이 항상 존재한다.

양은 정말 적다. 측정하기도 까다로울 정도다. 그럼에도 이 리튬은 신경계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세포 내부의 노폐물 처리 과정에도 관여한다. 즉, 많지는 않지만 '없어도 되는 물질'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뇌 속의 특정 물질 전달 관련 참조 일러스트

치매가 진행될수록, 뇌 속 리튬은 사라진다

연구진은 정상인, 경도인지장애, 알츠하이머 환자의 사후 뇌 조직을 비교했다. 결과는 직관적이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정상인의 뇌에는 미량의 리튬이 유지되고 있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그 양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알츠하이머 단계에 이르면, 리튬은 거의 검출되지 않는 수준까지 떨어져 있었다.

이건 단순한 '동반 현상'일까, 아니면 병의 진행과 얽힌 핵심 고리일까. 연구진은 그 이유를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에서 찾았다.

리튬과 뇌 참조 이미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리튬을 빨아들이는 악순환

알츠하이머의 상징처럼 알려진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음전하를 띤다. 반대로 리튬 이온은 양전하를 띤다. 이 조합은 전기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

플라크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리튬 이온은 자연스럽게 그 주변으로 끌려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리튬이 플라크에 붙잡히면서, 뇌 속에서 자유롭게 기능하던 리튬의 양이 급격히 줄어든다. 리튬이 줄어들면 신경세포 보호 기능과 노폐물 정리 능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플라크는 더 쉽게 쌓이고, 더 크게 자란다. 플라크가 커질수록 리튬은 더 많이 소모된다. 이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럼 리튬을 넣어주면 되는 거 아냐?"라는 단순한 질문이 나올 법하다. 실제로 리튬은 정신과 영역에서 약물로 사용된 역사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탄산 리튬이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탄산 리튬은 체내에서 쉽게 이온화되고, 이온화된 리튬은 다시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붙잡히기 쉬워지면서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게다가 용량이 올라가면 부작용 문제도 함께 커졌다.

리튬 관련 약물과 체내 그리고 뇌에 영향을 끼침을 표현하는 참조 일러스트

주목받는 '오로테이트 리튬',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안 된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받은 것은 오로테이트 리튬이다. 이 형태의 리튬은 체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손실이 적고, 노폐물 제거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 물질이 기존의 고가 처방약이 아니라, 현재는 건강 보조제 형태로도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값싼 리튬'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관심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한다. 이번 연구는 치료 확정 선언이 아니다. 리튬은 원래도 용량이 매우 까다로운 물질이다. 과다 섭취 시 갑상선 기능 이상, 신장 손상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장기 복용에 대한 안전성은 임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

뇌 관련 추상 일러스트


마치며: 그래서 이 연구가 '판을 흔든 이유'

알츠하이머 연구는 오랫동안 막혀 있었다. 플라크를 없애면 좋아질 것 같았고, 타우 단백질을 억제하면 될 것 같았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망스러웠다.

이번 연구는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왜 쌓이느냐"가 아니라, "원래 있던 보호 장치는 왜 사라졌느냐"라는 질문이다.

리튬은 치료제가 아니라, 균형의 지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균형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는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된 단계다. 현재 단계에서 이 연구가 갖는 의미는 하나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경로가 열렸다는 것. 그리고 그 경로가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 아니라, 이미 인체에 존재하던 미량 원소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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