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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영국, 내가 살았던 그 런던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by 냉정한망치 2026.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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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영국, 내가 살았던 그 런던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포스팅 대표 이미지

10년 전, 서른 초반의 나는 런던에서 2년을 살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들고 무작정 건너간 그 도시는 비싸고 비도 많이 왔지만 그래도 활기가 있었다. 최근 영국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 여러 미디어에서 나오는 뉴스들을 접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던 런던과 지금의 런던은 뭐가 달라졌을까. 그리고 정말 달라지긴 한 걸까.

런던 월세가 월급의 70%라는 현실, 근데 그게 새로운 이야기인가

런던 월세가 월급의 70%라는 현실, 근데 그게 새로운 이야기인가 섹션 참조 이미지

뉴스에서는 런던 월세가 월급의 60~70%를 잡아먹는다며 심각하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이야기가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10년 전에도 나는 존 3~5 바깥에 작은 방을 구해서 하우스쉐어로 살았다. 그게 당연한 풍경이었다. 존 1로 출퇴근할 때 기차 왕복에 환율 계산하면 이미 1만 원이 훌쩍 넘었고, 룸메이트 여러 명이 함께 사는 것도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cost of living crisis'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임금 대비 생활비 격차가 더 벌어진 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런던이 원래 살기 빡빡한 도시였다는 건, 그 도시에서 실제로 살아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 새로 나빠진 게 아니라, 원래 그런 도시였고 그게 조금 더 심해진 것에 가깝다.

브렉시트, 그나마 가장 와닿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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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이야기를 할 때 브렉시트를 빼놓을 수 없다는 건 동의한다. 내가 런던에 있던 시절, 유럽 여행은 런던살이의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저가항공 타면 파리도 암스테르담도 금방이었고, EU 안에서 사람이 자유롭게 오가는 그 감각이 런던을 더 크고 열린 도시처럼 느끼게 했다. 그 자유로움이 줄어든 건, 수치나 통계가 아니어도 실제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무역 규제가 복잡해진 것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다. 다만 브렉시트가 영국을 망하게 했다는 식의 결론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 영향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고, 다만 그게 영국이라는 나라의 근간을 흔들 만큼의 일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NHS와 푸드뱅크, 숫자 너머의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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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S(National Health Service, 영국의 국가 보건 서비스로 세금으로 운영되는 무상 의료 시스템)가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 푸드뱅크가 동네마다 생겼다는 이야기는 분명 가볍게 들을 수 없다. 4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빈곤한 환경에서 자란다는 통계는 무겁다. 그런데 동시에 드는 생각은, 영국은 그 문제를 드러내고 공론화하고 제도적으로 대응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브렉퍼스트 클럽이 생기고, 슈퍼마켓마다 기부 바구니가 놓이는 건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그 문제를 사회가 외면하지 않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무너지는 것 사이에는 꽤 큰 간격이 있다.

식민지였던 인도에 GDP를 역전당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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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와닿지 않았다. 인도가 GDP 규모에서 영국을 앞질렀다는 건 사실이고, 상징적인 의미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GDP 총량은 인구 규모와 직결된다. 14억 명의 나라와 6천만 명의 나라를 총량으로 비교하면서 "식민지에 역전당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건, 조금 과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1인당 GDP는 여전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영국이 경제적으로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맞지만, 그 근거로 인도와의 GDP 역전을 드는 건 좀 다른 이야기다.

그래도 런던은 런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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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런던이 지금도 그대로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달라진 것들이 있을 것이고, 더 팍팍해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도시는 원래 녹록지 않은 곳이었다. 비싸고 춥고 비 오는, 그러면서도 묘하게 사람을 붙잡는 도시. 내가 워홀 시절 빠듯하게 살면서도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아 있는 건, 그 빡빡함이 그 도시의 본래 모습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런던에 가게 된다면, 달라진 것들을 확인하러 가기보다는 그냥 예전에 자주 갔던 팝 문을 열고 맥주 한 잔 시켜놓고 싶다. 여전히 그 도시는 그 도시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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