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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를 깜빡한 날이면 편의점 손잡이 비닐봉지를 들고 계단을 오른다. 식탁 위에 봉지를 내려놓고 꽁꽁 묶인 매듭을 본다. 가위를 가져와 싹둑 잘라버리면 1초면 끝날 일이다. 20대나 30대 초반이었으면 이미 손가락으로 거칠게 잡아 찢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흔을 넘긴 어느 날부터인가, 그 매듭을 굳이 손끝으로 살살 달래며 풀기 시작했다.

가장 팽팽하게 꼬인 한쪽 꼬리를 단단하게 말아 쥔 뒤, 틈새를 향해 천천히 밀어 넣는다. 손톱 끝에 닿는 팽팽한 마찰감. 성급하게 힘을 주면 매듭은 더 단단하게 물러서지 않는다. 힘을 빼고 요령껏 틈을 벌려야 매듭은 스르륵 풀린다.
살다 보면 온갖 일들이 그렇게 엉킨다. 인간관계도, 풀리지 않는 일의 순서도, 마음속 응어리도 그렇다. 젊을 때는 비닐봉지 아무곳이나 잡아서 양쪽으로 찢어버렸다. 하지만 잘라내 버린 비닐봉지는 다시 쓰레기를 담을 수도, 무엇을 묶을 수도 없게 된다.

서두르지 않고 매듭을 풀어내면 온전한 봉지 한 장이 남는다. 툭툭 털어 잘 접어두면 다음 날 분리수거용으로도, 젖은 물건을 담는 데도 쓸모를 다한다.
가위질 한 번이면 해결될 일에 굳이 몇 분을 들이는 이유다. 매듭 하나 온전히 푸는 법을 배우는 데 참 긴 세월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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