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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고(故) 백세희 작가, 우울증은 왜 완치가 어려울까 – 기분부전장애와 뇌가 보내는 신호

by 냉정한망치 2025.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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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세희 작가, 출처 인스타그램 _baeksehee
고 백세희 작가, 출처 : 인스타그램 @_baeksehee

2025년 10월 16일, 에세이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 작가가 향년 35세로 세상을 떠났다.
뇌사 판정 후 그녀는 심장,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해 다섯 명을 살렸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을 쓴 사람. 방탄소년단 RM이 SNS에서 읽은 책으로 소개했던 그 작가. 그녀가 남긴 책 1·2편은 국내에서 60만 부가 팔렸고, 25개국에 번역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야 할 게 있다. 그녀가 싸웠던 우울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거다.


주요우울장애와 기분부전장애는 완전히 다른 병이다

우울증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우울증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드라마틱한 건 주요우울장애다. 갑자기 무너지는 절망감, 며칠 동안 침대에서 안 나오는 그런 거. 이건 눈에 띄니까 주변에서도 알아채고, 본인도 뭔가 심각하다는 걸 느낀다.
백세희 작가가 겪은 기분부전장애는 정반대다. 가벼운 우울감이 계속 이어지는 거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일어나서 씻고, 출근하고, 밥 먹고, 누군가와 대화한다. 겉으로는 완벽하게 정상인 사람처럼 보인다. 근데 그 안에는 계속 회색빛이 깔려 있다. 좋은 일이 생겨도 기쁘지 않고, 아무 일도 안 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이게 1년, 2년, 3년... 계속된다. 10년 넘게.
그 기간 동안 뇌는 뭘 할까? 그 우울한 상태를 '정상'으로 인식해버린다.

기분부전장애 우울증 관련 여성 일러스트

뇌가 우울을 배워버렸다는 거

우울증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다. 기분을 조절하는 전전두엽,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이 세 개 영역의 신경 회로가 망가진 거다.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서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기 시작한다.
여기서 정말 무서운 부분이 나온다.
이 상태가 오래될수록 뇌는 그걸 '자신의 기본값'으로 학습해버린다. 마치 잘못된 자세로 오래 앉아있으면 몸이 그 자세를 편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뇌도 우울한 리듬에 완전히 적응해버리는 거다. 그래서 약을 먹어도, 치료를 받아도 왜인지 회복이 더디다. 뇌가 이미 우울함을 기억했거든.

인간 대뇌(측면 단면) 구조도

행동과 감정이 동시에 튈 수 없는 상태

기분부전장애를 앓으면 이런 일이 반복된다.
좋은 일이 생겼는데 기분이 안 좋아진다. 아무 일도 안 했는데 맥이 풀린다. 이게 왜일까? 편도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그 감정을 조절해야 할 전전두엽은 힘이 없는 거다. 거기에 해마가 부정적인 기억들을 자꾸만 꺼내온다. 사소한 일인데도 예전의 슬픔이 함께 떠오르는 거다.
더 악질인 건 행동 패턴이다. 우울할 때 아무것도 안 하는 습관이 쌓이면, 뇌는 그걸 반복 학습한다. 그래서 더 안 하게 되고, 더 우울해진다. 악순환이 생긴다.
이 상태가 오래되면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이 따라오지 않거나, 마음이 움직이려고 하면 몸이 멈춘다. 행동과 감정이 따로 노는 거다.

트레드밀 위에서 영혼없이 걷는 남자 일러스트

그래도 회복은 가능하다

기분부전장애는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뇌는 신경가소성이라는 능력이 있거든. 즉,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패턴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항우울제는 회복의 토대를 만들어준다. 운동과 충분한 수면은 신경세포를 다시 만든다. 심리치료는 부정적인 생각 패턴을 바꾼다.
근데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자기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것. 우울증은 약함이 아니다. 약한 사람이 우울한 게 아니라, 뇌가 너무 큰 고통 속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백세희 작가가 자신의 병을 이렇게 솔직하게 드러낸 이유가 여기다. 책을 통해, 강연과 토크콘서트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 문장이 의미하는 게 뭘까. 그건 죽음과 생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면서도, 여전히 작은 욕망으로 버티는 사람의 진짜 마음이다. 그걸 감추지 않는 순간이 바로 회복의 시작인 거다.


마치며: 남겨진 말들

2025년 10월 16일, 한 명의 작가를 잃었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60만 부의 책, 25개국에 번역된 그 말들은 계속 누군가의 어둠 속에서 빛처럼 작동하고 있다.
우울증과 싸우고 있는 너에게 말한다. 당신의 뇌는 고장난 게 아니다. 지금 회복을 배우는 중이다. 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배울 수 있고, 마음은 언제든 다시 켜질 수 있다.
백세희 작가가 자신을 솔직히 마주봤던 것처럼, 너도 그렇게 하면 된다. 그것이 시작이다.
 

병원 병실 문 앞 소국이 놓인 전경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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