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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산 사람이세요? 혹시 ‘꼬딸’ 뜻 아시나요?

by 냉정한망치 2025.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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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990년대 한국의 골목길 관련 노스텔지아 일러스트


부산 사람이라면 다 아는 말인 줄 알았다.

 

어릴 적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말이 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단어, 굳이 뜻을 정의하지 않아도 모두 알아듣는 단어.
나는 그중 하나가 ‘꼬딸’이라고 믿었다.
부산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그 말은 부산 전역에서 통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믿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작은 충격이 이 글의 시작이 되었다.


부산의 아이들은 모두 썼다고 믿었던 단어

나는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부산의 한 동네에서 보냈다.
그때 우리 동네에서 ‘꼬딸’은 마치 공기 같은 단어였다.

장난감이 작동을 멈추면

“야, 이거 꼬딸이다.”

 

게임기 버튼이 씹히면

“이거 완전 꼬딸인데.”

 

문방구에서 산 싸구려 미니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와 이거 꼬딸이고”

 

어떤 복잡한 의미도 없다.
고장났다, 불량이다, 저품질, 고물이다.
그냥 그 느낌이 너무 정확해서, 굳이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나는 그 단어가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부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릴 적 추억의 물건 노스텔지아 일러스트

그러다 형에게 물어봤다. 그리고 말문이 막혔다

얼마 전, 나보다 몇 살 더 많은 형과 이런저런 옛날 얘기를 하다가 무심코 말했다.

“어릴 때 장난감 고장나면 다 ‘꼬딸이다’ 이랬잖아?”

그런데 형의 표정이 예상과 전혀 달랐다.

“그게 뭔데?”

잠시 멈췄다.
혹시 말을 잘못 들었을까?
그래서 다시 말했다.

“아니, 고장 났을 때 쓰던 말 있잖아. 꼬딸.”

형은 고개를 저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순간 묘한 이질감이 밀려왔다.
이 형 역시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인데도 모르는 말이라니.
이건 확실히 이상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검색을 시작했다.

어릴 적 추억에 대한 은유 일러스트, 동네 놀이터, 시소, 게임기 컨트롤러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단어

‘꼬딸 뜻’
‘꼬딸 부산’
‘꼬딸 사투리’
‘꼬딸 유래’

결과는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음.

블로그에도 없고, 커뮤니티에도 없고, AI 답변에도 없다.
웹에서 이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 단어는 부산 사투리가 아니라 내가 자란 그 골목, 그 세대, 그 또래들만 쓰던 초미세 지역어였다는 사실을.

구글 검색에서 '꼬딸 뜻' 검색 결과 중 일부구글 검색에서 '꼬딸 부산 사투리' 검색 결과 중 일부

우리만 알고 있었던, 사라질 뻔한 말의 조각

생각해보면, 언어는 동네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문방구 앞,

동네 놀이터,
학교 운동장 모래밭,
오락실의 낡은 기계 앞에서,
누가 먼저 그 말을 꺼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퍼지다가,

세대가 바뀌면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진다.

‘꼬딸’도 정확히 그런 말이었다.

고장 난 물건을 보며 아이들이 동시에 내뱉던 단어.
말맛도 좋고, 감정도 명확하고, 상황을 한 번에 설명해주는 단어.
하지만 아주 좁은 범위에서만 생겨났기에
인터넷 시대에 들어와 다시 호출되지 못한 단어.

그래서 이 글을 통해 남겨두고 싶었다.
누군가 언젠가 그 단어를 검색하려 할지도 모르니까.
어떤 사람에게는 잊고 있던 기억의 열쇠가 될 수도 있으니까.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미니카 일러스트


그래서 지금, 이 말을 기록한다

‘꼬딸’.
부산 전체가 아니라, 내가 살던 그 동네만 알고 있었던 말.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고,
분명히 쓰였고,
분명히 내 어린 시절의 언어였다.

사라질 뻔한 그 작은 단어를
누군가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이곳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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